대기업 출신 임원의 'No 빈손' 표류기
K상무는 1980년대 초반 국내 최고의 그룹에 신입공채로 입사하여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임원 승진 후 그룹 계열사로 이동하여 6년간 중요 역할을 맡으면서 자만심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재작년 10월중순 K상무는 사장에게 나쁜 소식을 듣습니다.
연말 임원 인사에서 퇴임해야 하며, 발표는 연말이지만 미리 알려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년간 자문역 예우가 있으며 공식 근무는 연말까지로 하고 가급적 빨리 정리하라는 것 입니다.
K상무는 침착한 척 했지만 숨이 턱 막혔지요.
전임사장이 퇴임하고 신임사장이 오면서 계속 불리한 상황으로 전개되더니만,
결국 그 불안감이 현실로 드러나자 충격이었지요.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이제까지 몸담고 있다가 처음으로 당하는 일이기에 오죽하겠습니까?
사실 이런 분들이 우리 사회에 많이 늘어나고 있지요.
몇 일간 좌절과 수치심에 끙끙 앓다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 들이기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였지요.
K상무를 만나보니 다른 대기업체 출신 퇴임 임원들과 마찬가지더군요.
1) 퇴임에 대해 다소 억울해 하며 약간의 분노를 갖고 있습니다.
2) 한편으론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기업체 취업을 희망하고 있더군요.
3) 하지만 기업체 한 곳에만 근무한 경험으로 일방적이고 편협적인 사고와 잣대를 갖고 있지요.
4) 먼저 퇴직한 임원들이 자리잡지 못한 현실을 걱정하지만 자기만은 잘되지 않겠느냐고 낙관하더군요.
5) 자문역 예우로 1년간 시간이 있으니 서두르지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6) 재취업에 대한 노하우도 모르고, 수치심 때문에 적극적이지도 않습니다.
지인을 통해 자리를 알아보겠다는 쉬운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K상무처럼 퇴직 초기에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경우 3~6개월 정도 마음 고생 하면서 현실을 깨닫도록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이 시기에는 어떤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우이독경이 되는 편이지요.
그래서 컨설팅을 보류하였습니다.
하지만 자문역 예우로 나오는 곶감을 1~2년간 다 빼먹고 재취업하겠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기업은 1~2년 공백기간이 있는 퇴임 임원을 채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매년 새 지폐처럼 산뜻한 대기업체 퇴임 임원이 수백명 쏟아져 나오고 있거든요.
6개월이 지난 후 K상무는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취업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컨설팅에 임하겠다는 태도로 찾아오더군요.
현실은 K상무의 눈높이를 낮추고 일해 볼만한 기회가 있다면 도전해야겠다는 적극성을 일깨운 거지요.
두 차례 컨설팅을 통해서
1) K상무의 강약점을 분석하여 취업 가능성 높은 업종/직무/기업유형을 좁히고
2) 협상력 있도록 희망연봉, 직위, 포지션 범위를 넓히고
3)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완하도록 했으나 부족하여 첨삭을 해주고
4) 면접관(interviewer)이 아닌 면접자(interviewee)로서의 태도와 유의점을 지도하고
5) 면접시 제시되는 모든 조건에 대해 긍정적인 마인드로 고려해 보겠다는 반응을 견지하도록 유념시키고
6) 의뢰받는 헤드헌팅 임원급 채용 기회에 추천해 주면서
7) 개인적으로 네트워킹되어 있는 6개 써치펌 사장들을 소개해 주며 이력서를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K상무는 4~5군데 임원급 포지션에 진행한 후 양호한 중견기업체 본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체 한 곳도 적극 영입하겠다는 결정을 했지만 K상무는 직무 적합성이 맞지 않아서 고사했지요.
결과적으로 제가 소개한 다른 써치펌에서 연결한 기업체 임원으로 채용이 된거지요.
K상무 입장에서는 채용 정보를 많이 접하면서 좋은 기회에 붙들 수 있으니 만족스럽지요.
이렇듯 취업컨설팅과 채용정보의 연결을 통해 좋은 경력과 역량을 가진 대기업체 임원은 재기할 수 있습니다.
어렵지만 꾸준한 노력과 시도를 통해 구직 기회를 찾아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임원이나 관리직, 혹은 실무자로서 구직하는 분들은 낙담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경력이 있다면 '빈손' 아닙니다.
강하든 약하든 그 동안 쌓아온 경력과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겠다는 용기와 자신감이 있습니다.
경력자라면 'No 빈손'이기에 얼마든지 다시 시작하면 되지요.
It's Inter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