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종 칼럼] 골동상과 헤드헌터
헤드헌터의 감식안
인사동은 한국 골동품의 메카이다.
반면에 삼성동은 한국 써치펌(헤드헌팅기업)의 메카이다.
많은 헤드헌터들이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강남구, 서초구에 모여 있다.
특히 삼성역과 선릉역 부근에 밀집되어 있다.
종로와 마포에도 분산되어 있고, 임대료가 유리한 구로,가산동에도 점차 늘어 간다.
약 1000개에 이르는 써치펌이기에 서울 곳곳에 분포되어 있다.
골동상은 끊임없는 가짜와의 싸움이라고 한다.
10만원짜리 사기대접을 10억원짜리 청자로 잘못 판단하면 사업이 한순간에 망하게 된다.
그래서 골동상의 성패는 감식안에 달려 있다.
이러다보니 골동상은 평소에도 사물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습관이 생긴다고 한다.
반면에 헤드헌터는 끊임없는 진짜와의 싸움이다.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인재 스팩에 부합되는 진짜(Right People)를 찾아야 한다.
스팩 이상의 진짜 찾기가 어렵기에 헤드헌터는 평소에 사람을 부지런히 찾아야 한다.
사람을 찾아서 학력과 경력, 자질과 역량, 인성과 태도를 세밀하게 감식해야 한다.
헤드헌터의 성패는 사람 감식안에 달려 있다.
다음은 조용헌 칼럼에 나오는 골동상 이야기이다.
골동상 K씨는 고교 재학시절부터 아버지로부터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훈도를 받았다.
하루 종일 항아리나 문갑 등을 수건으로 닦는 일을 3년째 반복했다.
그런데, 어느 날 미술사 전공 여대생들이 아버지를 찾아와 골동품 감별법에 대해 물었다.
아들에게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채 3년 동안 걸레질만 시켰는데, 처음 본 여대생들에게는
아버지는 몇 가지 요령을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K씨는 화가 치밀어서 걸레를 집어 던졌다.
그러자, 아버지는 찬찬히 말했다.
"야 이놈아! 저 여학생들은 우리 가게 문지방 넘어가는 순간에 내가 해준 이야기 다 잊어
버린다. 네가 매일 걸레로 닦다 보면 문갑의 가로 세로 비례, 장식의 형태, 항아리의 질감과
색채 등을 저절로 익힐 것 아니냐! 다름 아닌 그것이 진짜 공부다.
눈은 물론이고 몸으로 진품의 질감과 향기를 체득해야만 실수를 하지 않는다."
K씨는 선친으로부터 훌륭한 가르침을 받은 덕에 지금도 인사동에서 건재하게 지내고 있다.
헤드헌터도 골동상과 마찬가지이다.
사람 감식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설명을 해봤자 체득할 수가 없다.
매일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 듣고 질문하다보면 역량의 가로 세로 비례, 경험의 형태, 인성의 질감과 색채 등을 저절로 익히게 된다. 사람을 꾸준히 만나는 것이 진짜 공부이다.
눈은 물론이고 육감을 동원하여 사람의 질감과 향기를 체득해야만 실수하지 않는다.
이력서에 적힌 경력과 자기소개를 여러 번 읽어봐야 데이터일 뿐이다.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데이터보다는 직관적으로 느끼는 감식이 훨씬 빠르고 정확할 때가 있다.
이렇게 진품을 찾아서 가치를 매기는 것은 골동상이나 헤드헌터나 동일하다.
진품의 질감과 향기를 체득하는 골동상의 감식안으로 사람을 대해 보라.
누가 진짜 친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