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종 칼럼] 승진과 시운(時運)
하나, 과거 직장 후배가 찾아왔다.
앞서 두 번이나 부장 승진에서 탈락했기에 연말 부장 승진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둘, 통화한 한 분은 대기업체 임원이지만 6년 동안 동일 직위로 근무중이다.
이 분도 그 문제로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셋, 중견 기업체 대표이사를 맡고 계신 한 분은 3년 임기를 앞두고서 고민이다.
진퇴가 불투명하기에...
넷, 대기업체 임원인 선배 한 분은 연말에 퇴임하라는 통보를 비공식적으로 이미 받았다고 한다.
나의 자문이 필요한 분이다.
이 처럼 연말이면 승진 때문에 진퇴를 고민하는 분들이 늘어난다.
이제 승진의 시기이다.
만일 당신이 이번 연말에 승진 대상자라면 어떤 입장에 있는가?
"이번에 승진할거야!"
"이번에 승진해야 하는데."
"이번에는 승진하겠지."
"이번에는 꼭 승진해야 하는데."
"이번에도 승진 못하면 어쩌지?"
단번에 승진이 예상되는 사람과 탈락의 쓴 맛을 본 사람의 뉘앙스는 상당히 다르다.
한두 차례 탈락해 본 직장인이라면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상당히 클 것이다.
대부분 기업은 공정한 평가를 지향하고 있지만 평가 주체는 사람이기에 완벽할 수는 없다.
평가자의 작은 주관일지언정 결정적으로 반영된다면 승진을 크게 좌우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은 업무적 능력도 중요하지만 일상적인 대인 관계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평가 주체자인 상사에게 당신은 평소에 어떤 태도로 대했는지 뒤돌아 보라.
아마도 상사의 장점보다 단점이 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가...
지금 이 순간에도 큰 장점보다는 작은 단점을 찾아서 안주 목록에 올리지 않는지?
상사의 두 가지 큰 장점보다 어덟 가지 작은 단점들을 눈여겨 보는 부하직원들의 생리이다.
물론 상사들에겐 자신보다 큰 그릇을 담지 못하는 작은 그릇이 되지 않도록 절차탁마(切磋琢磨)하는 모습이 요구된다.
연말 승진에 목 매는 직장인이 많다.
그럴려면 평소에 잘 할 것을, 왜 승진 시기에만 반짝 긴장하는지?
승진은 절대로 벼락치기가 통하지 않는다.
평소의 업무 수행태도와 실적, 대인관계 등 평가기준을 상회하는 실력과 덕목을 갖추어야 한다.
애써 승진을 놓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다면 기다려라.
요즘처럼 세계 경제가 불안한 시기에는 승진운이 잠시 멀어질 수도 있다.
時運이라 생각하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아니면 時運을 찾아 나서든지.
만일 승진에 실패한다면 인내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마샬 플랜으로 알려진 조지 마샬에 대해 아는가?
2차 세계대전 후 미국 국무부 장관이 되어 전후 유럽의 부흥을 주도했던 조지 마샬은 승진에 목매는 직장인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그는 군인으로서 천재적인 후배인 맥아더와 아이젠하워 장군보다 늦게 진급한다. 하지만 34년에 이르는 오랜시간을 복무하면서 뛰어난 리더와 중재자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
조지 마샬은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미국 국무장관으로서 전후 세계경제를 부흥시키는데 기여함으로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고속 성장의 시대는 끝났기에 이제 조지 마샬을 통해서 천천히 가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조지 마샬을 통해서 빨리 가기보다 제대로 가는 것이 가치있는 길임을 배워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