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옥과 이병철을 다시 본다
국내 경기가 빠르게 곤두박질 치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 개월 동안 기업 도산과 인원 감축이 잇따를 것입니다.
특히 이번 연말까지 심하게 몰아치겠지요.
악순환의 바퀴가 언제쯤 멎게 될까요?
경제가 어려워지자 <상도(商道)>의 임상옥이 떠오르는군요.
가포(稼圃) 임상옥(1779~1855)은 국경지대의 인삼무역권을 독점한 천재적인 상인입니다.
그는 <조선왕조실록>에 한번 거론되고, 구한말 사학자인 문일평에 의해 남겨진 서너장의 평전 뿐이기에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이를 뛰어난 이야기꾼 최인호씨가 상상력으로 풀어내지요.
매력적인 임상옥에게 사람들이 열광하면서 <상도>는 밀리언셀러가 되지요.
복잡하고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해 임상옥을 통해 반추하려는 최인호씨의 스토리텔링 덕분이었지요.
또 다시 힘겨운 경제 위기를 맞이하여 商道를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100년을 훌쩍 뛰어넘어서 이병철과 정주영...巨木들이 나타나지요.
잠자던 우리 산업에 질풍노도의 변혁을 불어 넣은 인물들입니다.
마치 역할 분담하듯이 경박단소하거나 중후장대한 산업을 이끌어 갔었지요.
이들의 시대에 거대한 우리 산업군이 뿌리를 내립니다.
그 후 IMF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한차례 홍역을 치르며 내실을 다지고,
지금은 다소 과신하던 차에 거대한 쓰나미를 맞았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를 진앙지로 삼아 진도 7를 넘는 강력한 경제 지진이 발생했지요.
거대 금융사가 흔들리고 100년을 탐닉하던 미국 자동차산업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입니다.
지진파는 바다 건너 세계 각국에 거대한 쓰나미를 안겨 주고 있지요.
기업들이 쓰나미에 휩쓸리고 있습니다.
밀려오기 전까지 쓰나미는 그 높이를 과소평가 하지요.
일단 밀려오면 사명재전(社命在錢)인가요?
기업의 생사는 자금 보유력에 달린 거지요....
다시 商道를 생각하면서 호암(湖巖) 이병철 회장(1910~1987)이 떠오릅니다.
마침 오늘이 21주기 추모식이라는 기사를 읽었기에...
그가 강조한 것은 사람이었지요.
『 기업의 목적은 현재부터 미래에 걸쳐 지속적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사장의 최대 죄악은 기업을 도산시키는 것이다.
기업은 사(私)가 아니라 공(公)이다.
돈이 돈을 번다고도 하지만 돈을 버는 것은 돈이나 권력이 아니라 사람이다.
나는 내 일생을 통해서 한 80%는 인재를 모으고 기르고 육성시키는 데 시간을 보냈다.
삼성이 발전한 것도 유능한 인재를 많이 기용한 결과이다.
자기를 나타내는 것보다 조직자체를 키우고,
조직이 크는 것으로 자기만족을 느끼고,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일은 틀림없이 해내고,
자기의 공을 내세우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공을 이야기 하고,
자기 절제를 잘 하고,
아래 사람을 키우는 사람이 회사에 필요한 사람이다. 』
湖巖은 '사업보국'과 '인재제일'을 통해 국가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산업이 바뀌더라도 기업인이 가져야 기본적 덕목은 '사업보국'과 '인재제일'입니다.
절대로 고루한 가치가 아니지요.
오히려 지고(至高)의 사명(Mission)입니다.
사업을 흥하게 하는 것이 사회(국가)에 기여하는 것이며, (사업보국)
사람를 최고로 여기며 사람을 키우고 사람을 쓰는 거지요. (인재제일)
결국 임상옥도 사업보국과 인재제일을 추구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장사는 이윤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