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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식포럼이 던진 10대 메시지

[출처] 매경 2008.10.20  최은수 팀장/장용승 기자/ 박종욱 기자

세계지식포럼이 던진 10대 메시지 
글로벌 리더 200명, 통찰력 배웠습니까?

◆세계지식포럼◆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 버티 어헌 전 아일랜드 총리, 존 하워드 전 호주 총리 등 30개국 글로벌 리더 200여 명이 지난 14~16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9회 세계지식포럼에서 한국 사회에 `알토란` 같은 제안을 쏟아냈다. 올해 세계지식포럼이 내놓은 10대 핵심 메시지를 정리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릭 매스킨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미 실물경제에 전염돼 고통을 받고 있지만 일본과 같은 L자형 장기 불황은 없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세계 각국이 신속하게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이 과거 위기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버티 어헌 전 아일랜드 총리와 리처드 레빈 예일대 총장은 "현재 겪고 있는 위기는 대공황 같은 위기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레빈 총장은 "금융위기 극복은 각국이 얼마나 협력하느냐에 달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로벌 리더들은 대체적으로 이번 위기가 3년 정도 지속되는 선에서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매스킨 교수는 "내년에 제1 화두는 `경기회복`이 될 것이며 에너지 문제가 그 뒤를 이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위기 진앙이 글로벌화였지만 위기 해법 역시 글로벌화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행사 주제어인 콜래보노믹스는 세계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레빈 총장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도 이제는 자국 위기를 혼자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을 만큼 세계적인 협력이 중요하게 됐다"며 "그런 의미에서 콜래보노믹스가 미래 경제에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전략의 대가`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기업이 주가 급락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으며 장기적인 생존전략을 짜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포터 교수는 "특히 지금은 모니터를 끄고 주식시세 들여다보기를 중단하고,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다운 전략`을 수립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고 기업`이 되거나 `보다 싼값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목표로 하는 것은 전략이 될 수 없다며 `독특한 가치(unique value)`를 찾아내 포지셔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라얀 판트 인시아드 최고경영자 과정 학장은 "자본 조달이 어렵지 않았기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개발해 전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는 시도를 했던 `나쁜 습관`은 완전히 잊어야 하며, 이제는 기업이 자사 포트폴리오를 간추려 진짜 돈 되는 사업에 선택과 집중을 할 때"라고 지적했다. 선택과 집중시 `가치 창출에 도움이 되느냐` 여부를 유일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창조경영 `아이콘`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위기 상황일수록 최고를 지향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기업들에 현재 상황이 유례없는 위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단순히 생존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고 창의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레빈 총장은 `미국 이후의 세계` 저자인 파리드 자카리아를 언급하면서 "미국이 글로벌 슈퍼파워인 시대는 끝났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이 급부상하고 유럽연합도 지금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 규모를 갖추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다극화 현상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빈 총장은 "모든 지역에서 성장이 이뤄지고 있으며 국가들이 연계돼 서로에게 이익을 창출해주는 시대" 라고 덧붙였다.

리언 브리튼 UBS 수석부회장은 "달러 위상이 떨어지겠지만 2020년까지는 달러가 중추적인 기능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유로화, 위안화, 엔화 등으로 세계 기축통화도 다각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터 교수는 "최근 위기 상황에 대한 대책으로 `전사적인 비용 10% 감축계획`을 세우는 것과 같은 전사적 대응 방법은 기업을 단기간에 망하게 하는 재앙과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쟁사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독특하고도 복제할 수 없는 차별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트 학장은 "현 위기 상황을 빌미로 유휴 인력을 내보내고, 시급하지 않은 출장ㆍ교육 을 줄이고, 국외 아웃소싱도 다시 생각해 보라는 비용감축형 위기 타개책은 버려라"며 "무엇이 자사 상품가치를 올리는 데 꼭 필요한지 꼼꼼히 따지는 장기적 대응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마케팅 대가 잭 트라웃도 "제품 가치와 차별화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강조하는 `밸류 마케팅`에 집중하라"며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티브 엘리스 베인&컴퍼니 최고경영자(CEO)는 "위기 국면에서 중요한 사실은 신속히 대응하되 과도한 수정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기업들이 인력과 경비, 투자를 즉각 줄이는 게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시아드의 마케팅 대가 장클로드 라레슈 석좌교수는 "기업이 지속 가능한 무한 성장을 추구하려면 고객 스스로가 찾아올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드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멘텀이란 제품 자체가 스스로 팔리는 힘을 갖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고객을 세심하게 관찰해 소비자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혼돈에서부터 고객 요구를 알아내기 위한 탐사가 시작돼야 한다"며 "수억 장이 팔리는 접착 메모지 `포스트잇`처럼 고객 요구만 잡아내면 대성공을 거둘 아이템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라레슈 교수는 "제품을 만들어 파는 시대는 지났다"며 "물건을 사고 싶은 감성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아이팟을 내놓으면서 애완동물처럼 쓰다듬는 MP3플레이어를 내놓았고, 닌텐도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게임기 `위(Wii)`를 출시했으며, 유아식 제조사 거버는 식품이 아닌 신뢰를 팔면서 유아 보험상품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뒀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e비즈니스에서 출발한 인터넷 비즈니스가 me비즈니스를 거쳐 we비즈니스로 발전해 가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소비자들 논의에 직접 참여해 `we비즈니스` 시대를 열어야 한다." 세계적인 인터넷 도서 판매몰 아마존 최고기술책임자와 노키아, 마이스페이스 등에서 기술고문을 지낸 안드레아스 베이겐트 박사는 "me비즈니스가 이용자 개인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였던 데 비해 we비즈니스는 이용자들이 상호작용을 펼쳐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고 시장 흐름을 이끌어 간다"며 "이용자 참여와 소통을 중시하는 쪽으로 인터넷 비즈니스 초점을 바꿔라"고 조언했다.


베이겐트 박사는 20년 전 소비자들은 뉴스를 통해 제품 정보를 얻었지만 이제는 블로그나 페이스북처럼 이용자들이 만들어낸 정보를 통해 구매 결정을 내린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핀란드의 `케네디`로 불리는 에스코 아호 전 총리는 "금융위기 상황에서 너무 낙관적인 생각은 경계해야 하며 정부는 가장 비관적인 예측을 한 다음 이를 기준으로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자칫 위험을 간과하기 쉽고, 대응이 늦어지면 회복 또한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 결정을 적시에 내리는 게 상당히 어렵다"며 "정부는 여론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자칫 주변 여론에 움츠러들어 적기에 정책을 펴지 못하는 실책은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핀란드도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데 15년이 걸렸다.

그는 "위기에는 항상 기회가 공존한다"며 "때로는 위기가 와야 개혁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도 최고 명상가인 다타트레야 시바 바바는 "지식이 바로 부와 권력을 창출하는 원천"이라며 "지식의 경계를 허물어 지식 통합 시대를 열어야 부와 지식 간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필요한 지식은 서로 다른 영역 간 경계를 허물어 이를 통합해내는 총체적 지식"이라며 "명상은 논리적 지식구조를 바꿔 총체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를 키워줄 수 있다"며 CEO들에게 명상을 권유했다.

고미야마 히로시 도쿄대 총장은 "현 금융위기를 극복할 해법을 찾아내려면 지식을 구조화하고 체계화해 통합적으로 시장에 필요한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며 "전체 그림(부실 규모)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서로 얽혀 있는 금융시스템 속에서 투명성을 높이는 지식 대통합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년에는 글로벌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들어갈 것이다. 무너진 시장 신뢰가 회복되는 데는 몇 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손성원 캘리포니아 주립대 석좌교수와 조너선 코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경제자문관은 "2009년 세계 경제는 △금융시장 신뢰 상실 △기업 자금난 심화 △실물경제 위축 △글로벌 경기 동반 침체 △신흥시장 역할 증대 등이 예상된다"며 저성장 시대를 대비한 전략을 주문했다.

손 교수는 "신뢰는 금융시장에 있어 산소와 같은 존재"라며 "신용경색 현상이 당분간 계속되면서 전 세계적인 저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코펠 자문관은 "기업 생산ㆍ무역 활동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