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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선일보 '경제야 놀자',  조윤영·KDI 연구위원

“정부가 세금 걷어 하는 기부는 최선책 아냐”
〈조선일보 10월 18일자 B2면〉

“정부가 취약 계층이나 빈곤 계층을 위해 일괄적으로 세금을 걷어 돕는 방식보다는 민간이 자발적으로 나눔·기부운동을 벌여야 지속 가능한 사회 공헌이 될 수 있습니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와 심상달 KDI(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세열 고려대 교수는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공동체 자본주의 심포지엄’에서 공동 주제 발표를 통해 이런 주장을 내놓았다. (중략) 자본주의 원리를 바탕에 둔 공동체 발전을 가리켜 ‘공동체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기사 중 일부 발췌)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최근 사회에 거액을 기부한 연예인·운동선수·재벌 등이 예전보다 자주 보도되는 듯합니다.
“돈을 많이 버니까 당연하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던데 사회 고위층이 착한 일 좀 해야지”, “난 재벌도 아니고, 자선사업가도 아닌데 기부는 무슨…” 반응도 다양합니다.
기부는 부자, 고위층, 재벌만이 하는 것일까요? 사회의 다수인 평범한 개인과 기업의 자발적인 나눔이 정부의 분배정책을 보완할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반 사람들이 힘들여 번 돈을 과연 기부하려고 할까요?

경제 주체는 이기적이라고 하는데…

경제학의 기본적 가정은 각 경제 주체가 주어진 제약하에서 효용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이기적인 경제 주체가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표적인 경제학적 설명은 이타성(利他性·altruism)과 따뜻한 빛(warm glow)입니다.

남을 배려하는 이타성은 경제학의 기본적인 가정과 어긋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남의 효용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남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이 곧 자신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지요.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얼핏 보기엔 살아 있을 때 아껴 쓰는 것은 이기적인 주체의 효용 극대화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죽으면 그 돈을 자신을 위해 쓸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껴서 자식에게 물려준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자식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일 수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보면 유산을 주기 위해 아끼는 것 역시 효용 극대화의 결과인 겁니다.

하지만 이타성으로는 모든 것을 설명하기 어렵죠. 전혀 알지도 만나 보지도 못한 사람들에게 적은 액수라도 기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행복이 직접 우리에게 영향을 주지도 않고, 기부한 액수가 티가 나는 것도 아닐 것인데 말입니다.

이러한 경우를 설명하는 이론이 따뜻한 빛입니다. 사람들은 춥고 어두운 사회에 따뜻한 빛을 발하는 것과 같은 나눔의 행위 자체에서 뭉클한 기쁨을 얻는다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어떤 재화에 대한 소비가 가격이 낮을수록 증가하듯이 나눔도 마찬가지여서 나눔의 비용을 낮춰준다면 충분히 자발적인 기부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자발적 기부와 나눔을 늘리려면

아무리 좋은 물건이 있어도 그것이 비싸거나 혹은 좋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사람들은 그 재화를 소비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나눔’이라는 재화의 비용을 낮추어 주고, 개인과 기업의 입 소문을 통해 나눔이 좋고 쉬운 것이라는 인식이 확대된다면 나누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것입니다.

나눔의 비용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수단 중 자주 쓰이는 예는 기부에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지요.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세제 혜택의 규모와 시기에 따라 자발적 나눔의 액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누진세제를 감안해 소득 계층에 따라 적절히 세제 혜택을 설계한다면 세금을 징수하는 것 이상의 기부를 얻어낼 수도 있습니다.

개인과 기업은 나눔의 영역이 매우 넓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영업 수익의 사회 환원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 혹은 구호 목적의 NGO(비정부기구) 등 대표적인 자선단체에 참여할 수도 있겠죠. 또 유산의 사회 환원, 장학기금, 자원봉사, 이웃 돕기 성금 등 많은 영역과 다양한 활동에 시간과 돈을 기부함으로써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답니다.

자발적 기부가 정부의 빈곤정책을 보완할 수 있나요

기부에 대한 세액 공제가 일반화되어 있고 기부에 대한 인식이 오랫동안 자리잡아온 미국의 경우 자선단체가 아닌 개인의 기부가 전체의 75% 이상이며, 가구의 70%가 자발적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정부의 유도와 사회의 인식 확산이 자발적 나눔을 장려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나눔이 활성화되면 정부의 빈곤정책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빈곤 정책은 세금을 거둬 하기 때문에 일할 의욕을 감소시키고, 정책을 펴는 데 드는 비용을 후세대에 넘길 수 있어 낭비될 염려가 큽니다. 또 필요한 곳에 유연하게 투입되기 어려운 문제점도 있지요.

하지만 자발적인 나눔은 이러한 비효율성을 극복하면서 기부자에게는 보람을 더한다는 장점이 있어 취약 계층 보호와 따뜻한 공동체 형성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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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