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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화일보  2007.12.29  이현세(대한적십자사 홍보대사)
나눔과 실천 - 커피 한 잔 값으로 소중한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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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다 어둡다 보니/빛이 그리운 세상//웅크리고 떠는 풀/숨죽여 사는 뿌리//온 누리 다 밝히면 좋으련만/그럴 수 없어/한 구석이라도 밝히고자/빛을 던지는 사람//봉사와 헌신/사랑의 실천으로/닿지 않은 곳을 향하여/내미는 나눔의 손//따뜻하여라/언 땅마저 녹일지니’. (이창범님의 ‘나눔의 손’ 중에서)

어느새 세밑이다. 모두가 행복할 것만 같은, 아니 행복해야 하는 연말연시이지만 아직도 추운 겨울을 쓸쓸히 보내고 있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이들에게 있어 요즈음 같은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란 그저 먼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차라리 피하고 싶은 순간일지도 모른다. 특히 기름 유출 참사로 큰 피해를 본 서해안 주민들은 그 어느 해보다도 춥고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모든 것을 잃고 망연자실한 이들. 기름투성이인 전복을 쥐어든 채 한 서린 눈물만을 흘리고 있던 어느 해녀 할머니의 눈물은, 단순한 슬픔에서 나오는 감정의 표출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일순간 과거·현재·미래를 송두리째 빼앗긴 극한의 절망이 담겨 있었다. 사랑과 나눔이 절실한 때다. 혼자 가기에는 너무나 멀고 험한 길처럼 보인다. 끝이 없는 절망의 길처럼 보인다.

우리 민족은 역사적으로 나눔의 유대감이 매우 강했던 민족 중 하나다. 상부상조나 환난상휼과 같은 아름다운 미풍과 전통을 지닌 민족이다. 두레나 계와 같은 시대 나름의 사회부조 시스템을 통해, 배고픔과 가난 속에서도 십시일반 서로를 돕는 나눔의 정서를 면면히 이어 왔다. 하지만,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른 사회문화적 변화 때문일까. 빠른 물질적 성장에 미치지 못하는 정신문화의 지체현상 때문일까. 오늘날 우리의 나눔과 기부 문화는 그다지 높은 성적표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분명 과거에 비해, 꾸준히 양적 성장세를 이어 온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질적인 면에서 아직 선진국의 수준으로 일컫기에는 여러 모로 아쉬운 점이 남음은 비단 필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연말연시 한시적으로 치우친 기부 분위기. 기업 위주의 편중된 기부 행태. 진정성이 결여된 홍보성 기부 풍토 등. 수준 높은 기부 문화를 논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미국은 기부 활동이 일상화된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미국인들의 전체 기부액이 274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또 이 가운데 개인 기부자들의 돈이 전체 기부액의 75%를 차지한다고 한다. 가히 미국 사회의 보편화된 기부 문화와 미국인들의 나눔에 대한 의식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수치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기부문화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적십자 회비의 경우 1년에 한 번, 각 세대에 고지되고 있다. 이 성금으로 이재민들과 소외계층들이 재기의 큰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적십자 회비 모금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커피 한 잔 값으로 어려운 이웃에 소중한 사랑을 전하는 적십자 회비 모금에 국민의 적극적인 동참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이웃들은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점점 내몰리게 될 것이다.

비단, 적십자 회비뿐만 아니라 국내 여타 이웃돕기 성금들도 모금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작지만 꾸준하게, 보다 많은 사람이 십시일반 참여하는 기부문화가 정착될 때 비로소 우리나라도 진정한 나눔 문화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런 점에서 사회 지도층의 책임 있는 솔선수범이 아쉽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의 경우 현재 세계적인 부호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거액의 기부재단을 설립하고 또 지원함으로써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이끌고 있다. 부의 사회 환원이라는 모범적 실천을 통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잔잔한 감동을 던져 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들의 나눔과 자선행위는 미국 전역의 기부문화 활성화에 촉매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찬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사회공헌 바람이 최근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참으로 고무적인 현상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폐지를 주워 마련한 전 재산을 기부한 어느 할머니에서부터, 밤무대 악사 생활로 힘들게 번 돈을 장학금으로 기탁하고 세상을 떠나 간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해 준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역시 평범한 우리의 시민들이었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주위의 이웃을 생각해 보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너무 거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자. 또 마음으로만 격려하고 박수치는 ‘무임승차’에서 내려, 작은 것에서부터 소중한 나눔을 실천해 보자. 조금만 돌아보면 작지만, 큰 사랑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얼마 전 적십자사와 어느 방송사가 함께 진행했던 생방송에 적십자 홍보대사로 함께 한 적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평소에 아끼던 저마다의 애장품을 기증하고 이를 통해 소외계층을 돕는, 나눔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었다.

책, 볼펜, 청바지, 도자기 등 종류도 각양각색이었다. 애장품의 가격이 높고 낮음은 부차적인 문제일 것이다. 애장품은 말 그대로 소장한 이의 사랑이 듬뿍 담긴, 마음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따스한 마음들이 모여 어려운 이웃에 소중한 희망으로 전해지는 현장에 함께 함으로써 훈훈한 온정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진정한 나눔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준 좋은 기회였다.

세계 4대 생불로 칭송받고 있는 틱낫한 스님은 ‘어떻게 하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평화를 실천하면 된다”고. 사랑을 흔히 동사(動詞)라고들 얘기한다. 실천의 소중함을 강조한 희망 섞인 메시지로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연말연시 나눔과 실천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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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ster™